조우석 평론가
일본풍 인테리어의 한 주점 사진에 "매국노"라고 지적한 영상을 SNS(소셜미디어)에 올렸던 올림픽 3관왕의 양궁 선수 안산(23·광주은행)이 빠르게 사과했다. 그거 잘한 일이다. 버틴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과문도 그만하면 진정성을 담았다고 판단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저의 언행으로 생업에서 고군분투하시는 스페샬나잇트의 대표님, 점주님들, 그리고 관련 외식업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이 받으셨을 피해와 마음의 상처는 제가 감히 헤아릴 수 없었던 것 같다. 이 점 반성하고 있다"
이에 앞서 안산 선수는 SNS에 '국제선 출국(일본행)' 이라고 일본식 한자로 적힌 전광판 사진을 올리며 다짜고짜 "한국에 매국노 왜 이렇게 많냐?"고 지적했다. 문제의 전광판은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한 쇼핑몰 일본 테마 거리 입구 인테리어다. 일본 오사카를 테마로 한 장식인데, 유심히 보면 일본풍이 살짝 과했던 건 사실이다. 반일 감정을 긁는 측면이 없진 않다.
그렇다고 업소 주인이 한순간 친일파로 몰리고, 업소는 매국 브랜드로 찍혀 생업을 위협받을 이유는 털끝만큼도 없지 않을까? 일부이겠지만 그 업소는 안산 선수의 SNS 이후 "(업소 주인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악플 공격까지 받았다. 사실 안산 선수가 사고를 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기억하시는가? 꼭 2년 전 그가 촉발시킨 페미니즘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비화한 바 있다.
안산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 선수가 남성 혐오를 표방하는 페미니스트라서 숏컷 헤어스타일을 했고, 그래서 '오조 오억', '웅앵웅' 등 남성을 조롱하는 용어를 썼다면서 논란이 일었던 것이다. 당시 BBC 같은 외신도 관심을 가졌고, 당시 정의당 의원 류호정에서 현직 대통령인 문재인까지 숟가락을 얹으면서 사안이 커졌다.심지어 조선일보마저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 신문 사설은 "머리를 짧게 깎는 것이 그 사람의 젠더 성향을 보여준다고 보는 것부터가 비논리적이다"며 안산 선수를 옹호했지만, 그건 틀린 말이다. 그 구조를 대한민국 이대남 즉 젊은 남자들은 안다. 이 나라 일부 꼴페미들은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게 남성들이 강요한 것이라고 믿고, 겨드랑이털을 드러내는 행위를 서슴치않는다.
때문에 안산 선수가 꼴페미일 수 있다고 지적하는 건 그리 틀린 말이 아니었다. 단 안산 선수가 그걸 잘 모르고 무심코 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사실 그녀의 나이는 스물셋, 대표적 MZ세대다. 젊으니까 마치 스펀지처럼 세상 흐름을 따라서 해보고, 유행하는 페미니즘이나 신조어 등을 흉내를 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당시에 "제 경기력 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며 그 논란을 깔아뭉개 버린 점이다. 그때 교훈을 얻지 못하고 2년 뒤인 괜한 반일 감정을 드러내다가 다시 발목이 잡힌 것이다. 말도 아니다. 일본과는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이웃이자 준 동맹 관계인데, 섣부른 반일 감정이란 좌파가 하는 짓거리에 불과하다.
(사진=연합뉴스)
어쨌거나 이번 기회에 안산 선수가 좀 더 성숙해지길 기대한다. 그럼 얘기는 끝인가? 아니다. 프로야구 기아의 윤완주 선수는 9년 전 "노무 노무" "일동 차렷" 같은 이른바 일베 용어를 썼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노무노무" 는 노무현을 비하할 때 쓰는 부사이고, "일동 차렷"은 전두환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하는 애국 성향 회원들의 말이라는데, 놀라운 건 따로 있다.윤완주 선수는 뭘 모른 채 그런 말을 썼다고 적극 해명했는데도 구단은 당시 3개월 징계를 때렸다. 윤 선수는 굴욕적인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식이었다. 어떻게 보시는가?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면, 2년 전 안산 선수도 징계 받아야 했다. 그런 일은 없었다.
일베 용어를 쓰면 징계 받고, 페미 용어를 쓰면 징계는커녕 넘어간다? 그런 게 문제다. 좌파 성향엔 너그럽고 우파 성향에는 쥐 잡듯 때려 잡는 게 한국 사회다. 안산 선수가 이번 기회에 그런 한국 사회의 희한한 구조까지를 꿴다면 정말 큰 공부를 한 셈이다. 그리고 정말 제대로된 공부를 하려면 일본의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30·LA다저스)를 배우길 권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야구선수인 그에 대한 한국 팬들의 애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일관계에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의 한국 사랑은 진심이라는 걸 우리가 알기 때문이다. 이번 미 프로야구(MLB) 서울시리즈를 위한 방한(訪韓) 전후로 해서 본인의 소셜미디어(인스타그램)에 태극기 기호를 벌써 네 번이나 올렸다.
실제로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라며 한국에 애정을 표시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오타니는 최선의 민간 외교관인 셈인데, 앞으로 안산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호남 출신이라서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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