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서삼릉 내 효릉 정자각 앞에서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 회장인 김옥석 해설사가 "남자는 왼손을, 여자는 오른손을 위에 두고 예를 갖춥시다"라고 말하자 관람객 10명 모두 예를 갖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김옥석 해설사가 말한 예는 조선의 제12대 왕 인종(재위 1544∼1545)과 인성왕후에게 올리는 인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40기 중에서 최근까지도 일반 관람 및 출입이 유독 엄격하게 제한돼 온 효릉이 오랜 시간 동안 굳게 닫혀 있던 문을 활짝 열어 손님을 맞이했다.
이날 오전 10시 태실 권역 정문에서 효릉 관람이 시작됐다. 오전 10시, 오후 1시, 오후 3시 등 하루 3차례 해설사와 함께 효릉관람이 진행되는데 일반 공개가 첫날인 이날 1회~3회 차에 각각 12명 15명 8명이 예약돼 해설사와 함께 움직였다.
고양 서삼릉 희릉 능침 /사진=문화재청
관람객들이 현장에 도착하니 효릉 관계자들은 안전을 위해 역할조사를 위한 출입명부를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소속 실무관은 "효릉 주변에는 젖소 종자를 공급하는 젖소개량사업소가 있어 가축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라며 설명했다. 관계자들의 안내에 따라 걸음을 옮기면 곧 방역 부스가 나타난다.
조선왕릉 서부지구관리소 관계자는 "한 사람당 15초씩 방역 과정을 거친다. 옆에서 나오는 자외선은 보지 마시고 정면을 봐달라"고 요청했다. 관람객 10명 모두 통과하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고양 서삼릉 후궁묘(숙의묘역) 전경 /사진=문화재청
효릉으로 가는 관람로는 폭이 2~3m 정도로 양쪽으로 안전하게 울타리가 세워져 있었다. 김옥석 해설사는 양쪽의 관람로를 가리켜 "왼쪽에 보이는 평지에는 왕릉을 지키고 관리하던 능참봉이 상주하던 재실 자리였으며, 오른쪽에는 연지 즉 연못이 있던 자리였다"고 해설했다. 이후 금천교를 지나 홍살문 앞에 도착하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효릉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김옥석 해설사는 "인종은 5살에 세자로 책봉된 후 24년 동안 세자로 살았다. 조선 역대 왕 중에서 재위 기간이 가장 짧아서 이룬 업적은 많지 않으나 효심이 매우 지극해 '효릉'이라는 명칭이 붙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옥석 해설사는 "정자각에서 무덤 봉분이 있는 언덕이 절벽처럼 급격한 형태를 보이는 건 드물다. 무덤을 둘러싼 석상 중에는 고사리의 꼬불꼬불한 문양이 있는 석상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자각 꼭대기에 있는 독특한 모양의 장식 기와도 눈여겨 봐달라"고 했는데 호랑이와 닮은 듯 동물 모양으로 조각된 기와는 다른 왕릉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기와였다.
고양 서삼릉 예릉 전경 /사진=문화재청
효릉을 나오고 잠시 걸어가면 조선 왕실의 태실(胎室 : 왕실에서 태어난 아이의 태반과 탯줄을 봉안한 뒤 조성한 시설) 54기를 모은 서삼릉 태실과 마주할 수 있다. 이곳에 있는 태실은 일제강점기에 전국에서부터 옮겨온 것으로 김옥석 해설사는 "태는 엄마와 아기의 생명을 잇는 연결 고리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 문화지만 이곳에서는 일본에 의해 마치 공동묘지처럼 조성돼 있어 문화유산 훼손의 역사가 드러난다"라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효릉 관람은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의 황자, 황녀 (재위 1494년~1506년) 무덤이 모인 왕자, 왕녀 묘 및 후궁 묘를 거쳐 연산군의 생모 폐비 윤 씨가 묻힌 회묘(懷墓)에서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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