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울미디어뉴스] 양혜나 기자 = 한국갤럽이 지난 1월 발표한 주간 정례여론 조사에서 '어떤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까 걱정되느냐'는 물음에 '공익보다 사익 위하는 사람' 32%, '우유부단, 무책임한 사람' 21%, '막말, 혐오 발언하는 사람' 18%, '능력, 경험 부족한 사람' 14%, '구태 정치인, 진부한 사람' 8%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갤럽은 '국회의원 기피 유형에서는 도덕성이 가장 문제시되며, 구태 그 자체만을 결격 요건으로 꼽은 이는 적었다'고 설명했다. 우리 국민들은 능력·경험 부족보다 도덕적 타락, 막말을 더 싫어한다는 것이다.
(자료=한국갤럽)
지난 21대 국회를 돌아보면, 거대 양당 정치로 두 정당의 기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얻은데는 국회의원들의 '막말'도 한 몫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해 11월 '국회를 빛낸 바른 정치언어상 시상식' 축사에서 "혐오와 배제, 막말과 극단의 언어가 넘쳐나고 있으며 팬덤에 기대어 스스로 저차원적 정치의 수렁에 빠져들기도 한다"며 "마치 무찔러야 하는 적을 대하듯 독한 말과 악의적인 행동으로 최소한의 예의조차 내던진 모습들이 보여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의원들의 막말은 그저 상대 당 인사를 '저격'해 강성 지지층에게서 큰 호응을 얻는 팬덤정치를 이끌어 낼 뿐이다. 이런 행태는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게 만들고 혐오정치만 조장할 뿐이다.
정치인 막말 톺아보기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2021년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자 '개○○' 욕설로 해석되는 'GSGG'라는 표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지난해 10월 예산안 시정 연설을 마치고 민주당 김용민 의원에게 악수를 청하자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정연설 후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길래 이렇게 화답했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그만두길 권한다"고 스스로 '자랑'하면서 확산됐다.
또 해외 순방 중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며 "온 국민의 을 모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써 논란이 된 대한성공회 김규돈 신부에 대해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며 두둔했다.
2022년 11월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14살 선천성 심장질환 소년의 집을 찾은 김건희 여사(사진=대통령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 아동과 찍은 사진을 두고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빈곤 포르노'라고 평가했다. 빈곤포르노란 모금 유도를 위해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이나 사진 등을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민주당 출신 최강욱 전 의원은 김 여사를 향해 지난해 11월 한 북콘서트에서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라면서 "제가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또 2022년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해 "윤석열은 검사로 있으면서 (삼부토건으로부터)정육을 포함해 이런저런 선물을 받아 챙기고, 이런저런 수사상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김건희로부터 성상납을 받은 점이 강력하게 의심된다"고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특히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법무부 장관 시절, 그를 향한 민주당의 막말이 빗발쳤다. 지난해 11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한 위원장의 탄핵을 주장하면서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느냐. '어린 놈'이 국회에 와서 300명,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인 사람들까지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되겠느냐"며 "내가 물병이 있으면 물병을 머리에 던져버리고 싶다"고 비난했다.
이에 한 위원장이 "송 전 대표가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년간 후지게 만들어왔다"는 입장문을 내자 민주당 의원들은 "그닥 어린 넘(놈)도 아닌, 정치를 후지게 만드는 너"(유정주 의원), "어이없는 XX(이)네, 정치를 누가 후지게 만들어?"(민형배 의원), "금도를 지키지 못하면 금수다. 금수의 입으로 결국 윤석열 대통령을 물 것"(김용민 의원)과 같은 막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두고 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콜로세움에 세워져 있는 검투사, 그냥 찌르면 안되고 선혈이 낭자하게 찔러야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이런 정치 문화에 대해서 이재명 대표도 본인이 상대가 돼서 피해자가 되어 보니 한 번 더 느낀게 있었겠죠"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채널A 뉴스 갈무리
이재명 대표는 최근 선거 유세를 위해 세종에 방문해 "1번(민주당)을 찍지 않는 것은 곧 2번(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이라며 "'살만하다' 싶다면 2번을 찍든지 집에서 쉬어라. 집에서 쉬는 것도 2번을 찍는 것과 같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그는 또 인천 유세 현장 한 식당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자신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면서 "반가워요, 잘 부탁합니다. 1번 이재명. 설마 2찍? 2찍은 아니겠지"라고 말하면서 웃고 지나치기도 했다.
정치인들은 막말을 통해 국민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혐오정치, 팬덤정치를 이어가기 보단 바른 정치언어 사용으로 잘못된 행태를 끊어내고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야 할 때이다. 막말 공천취소 장예찬-정봉주, 같은 울음 다른 의미 제22대 총선을 3주 앞두고 각 당의 공천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비명횡사' '친명횡재' 등 공천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더불어민주당과 상대적으로 조용한 공천을 해 온 국민의힘은 막판에 후보자 과거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되는 등 말 한마디가 민심을 좌지우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과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이 18일 나란히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렸다. 장 전 최고위원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발표하며 억울함의 눈물을, 정 전 의원은 사죄하며 반성의 눈물을 흘렸다.
정 전 의원은 "부족했던 제 소양에 대해 당원 동지들께 깊은 사죄를 드린다. 오늘 정치인 정봉주로서 20년 만의 열정적 재도전을 멈추려 한다"며 "지지해주신 동지 여러분, 여러분과 함께 행복했다"라고 말한 뒤 더는 말을 잇지 못한채 눈물을 닦으며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자신의 개인방송에서 "DMZ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 지뢰"라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하며 목함지뢰 피해자를 비하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 그가 피해 당사자들에게 거짓 사과를 한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지난 14일 그의 서울 강북을 공천을 철회했고 정 전 의원은 이를 수용했다.
장예찬 전 위원도 과거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생명을 걸고 무소속 출마를 결단했다"면서 "국민의힘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가슴이 아프지만, 수영구민들과 함께 반드시 승리해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부족한 저 한 사람 때문에 청년들에게 한 번 실수는 영원한 낙인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는 없다. 실수를 딛고 성장하며 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학창시절, 가정사 등을 이야기 하다가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난교를 즐겨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존경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 '동물 병원 폭파하고 싶다' '시민의식이 일본인 발톱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전공 서적, 책값 아깝다고 징징거리는 대학생들이 제일 한심하다' 등 과거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결국 부산 수영구 공천을 취소했고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강조해 왔다. 또 도덕적 타락, 막말을 싫어하는 국민들 앞에서 개별 후보들이 당을 위해, 국민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이번 총선 민심을 가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봉주(왼쪽) 장예찬(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아직 끝나지 않은 제22대 국회의원 후보자 막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22대 총선 후보자 등록을 21일, 22일 이틀간 관할 선관위에서 신청 받는다.
위에 언급된 막말로 논란이 된 이들 중에 공천장을 받은 인사들이 많이 있다. 또 "노무현씨와 이명박씨는 유사 불량품"이라고 칼럼을 내 물의를 빚은 양문석 경기 안산갑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에 대한 공천을 후보 등록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대전 서구갑 공천을 받은 조수연 예비후보가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 일제강점기가 더 살기 좋았다'는 망국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으나 공천취소 되지 않았다.
정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막말' 후보자 검증은 이정도에서 끝이 났다. 공천관리위원회가 다하지 못한 검증은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심판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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