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의 문턱이 점점 내려간다.
동아일보는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전국 학부모 1만 1000명을 대상으로 5월 16일 ∼ 29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88%(9679명)가 “초등학교 입학 전(6세) 1년 동안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켰다"라고 응답했다. 그중 49.2%(5408명)는 “1년 동안 3개 이상 사교육을 시켰다"라고 했다.
맞벌이로 인한 자녀 돌봄 공백, 공교육 불신, 경쟁에서 뒤처질 것 같은 공포심리 등으로 인해 사교육의 문턱이 점점 영유아까지 내려가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았다"에 응답한 학부모는 12%에 그쳤다.
총 응답자 중 9.7%는 연간 사교육비가 600만 원 이상이라 답했고, 26%는 연간 사교육비 300만 원 이상이라 답했다. 2022년 국내 근로자 월평균 임금이 약 327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사교육의 현 실태를 체감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영유아 시기부터 사교육에 노출되면서 초중고까지 학원에 의존하고 공교육은 힘을 못 쓰는 악순환의 굴레가 반복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한 전문가는 "영유아 시기에는 무조건 빨리 사교육을 하기보다, 시기에 맞는 적기 교육과 지원이 중요하다. 사교육 업체들의 공포 마케팅에 휘둘려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사교육 업계는 '00개월 이전 두뇌 완성된다.', '놓쳐서는 안 될 영유아 시기' 등의 광고로 부모들의 현혹하며 불안을 빌미로 마케팅을 한다. 이로 인해 사교육을 시작하는 연령도 점차 내려가는 추세이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5%는 "자녀가 5세 되기 전에 사교육을 시켰다"라고 답했으며, 국어 사교육은 15.4%, 수학은 13.3%, 영어는 15.9%로 응답했다.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김 모 씨(36)는 첫째 아들을 '영유(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으며 월 수업료는 약 170만 원이다. 방과 후 수업으로 논술 수업, 코딩 등을 추가하게 되면 200만 원을 훌쩍 넘게 된다.
국영수 외에도 예체능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은 줄넘기 학원, 주 1회 미술학원도 다닌다. 추가적으로 일대일 홈스쿨링 학습지 방문 교사를 통해 지도를 받고 있다. 이렇게 첫째 아들 사교육비로만 매달 300만 원 이상의 돈이 나간다. 요즘 초등학교 입학 전 유아들의 사교육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사교육은 단순 국영수뿐이 아니라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한 백화점에 입점한 키즈카페는 회원제로 운영하며 영어를 학습할 수 있다며 홍보하고 있다. 이런 키즈카페는 3개월에 200만 원대에서 연단위로 1000만 원대까지 회원을 모집하는데 성행 중이다.
기존 키즈카페는 학부모와 같이 입장해서 놀 수 있는 것과 달리 영어 키즈카페는 아이만 입장하여 원어민과 소통하고 미술, 독서 등의 수업도 받는다. 이는 명칭만 키즈카페로 둔갑했을 뿐 사교육 학원과 다를 게 없다.
2022년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등학생(44만 원), 중학생(58만 원), 고등학생(70만 원)이라고 통계청이 발표했지만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금액은 훨씬 높다. 여기에 영유아 사교육비가 집계된다면 초중고 못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월 육아정책 연구소에 따르면 교습학원은 16만 6000원, 개인 및 그룹 지도 교습비는 21만 5000원, 학습지 수업은 평균 9~10만 원 선으로 조사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영유아 시기의 발달 단계를 무시한 채 사교육을 일찍 시작할 경우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땐 학습동기와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로 벌써부터 심리 상담을 받는 유아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초등생부터 '의대반' 등의 대입 목적을 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그전 영유아 사교육에 대한 수요는 줄일 수 없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게 하려면 수능 입시제도 및 공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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