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씨는 넉 달 전 그날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모습으로 말했다. 교제 살인 미수로 삶이 무너졌다.
자신이 운영하던 미용실에서 전 남자친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경을 헤매다 깨어난 이씨/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8개월 동안 교제했던 전 남자친구 최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다 깨어난 교제 살인 미수 범죄의 생존자이다.
이 씨는 "사건은 미수로 그쳤지만 그날 이후로 저의 삶은 완전히 파괴됐다. 앞으로도 몇십 년 동안 이 기억,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야 된다. 차라리 그때 죽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 씨에게는 그날 이후 넉 달 동안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 상처를 홀로 견뎌내야 했던 시간이다. 전 남자친구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피해자 이 씨는 목과 가슴 부위를 18차례나 찔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관악 신림동에서 칼부림 사건이 일어난 지난 7월 21일, 또 다른 칼부림에 이 씨는 목숨을 잃을 뻔했다. 언론에는 또 하나의 사건으로 보도가 짧게 됐지만 그날 이후 처음 언론에 나선 그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쳤다.
이 씨는 사건 발생 당일 오후 2시경 미용실로 들어온 최 씨의 눈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흉기를 집에서 챙겨 온 최 씨는 이 씨에게 "나 말고 다른 남자 만나면 죽여버린댔지? 그냥 죽어라"며 이 씨의 목과 가슴을 모두 18차례 찔렀다.
이 씨는 식도와 기도에 구멍이 뚫리는 등의 상처를 입고 생사를 오가는 시간을 보냈다. 이 씨는 정신과 약을 안 먹으면 그 장면이 꿈에 떠올라 몸서리친다. 경찰은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
이별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한 전 남자친구는 폭력을 휘둘렀고 이에 경찰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처없이 넘어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조는 뚜렷했다. 사건 8일 전 최 씨는 이별 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해 미용실에 찾아와서 "너를 찔러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난다"며 소리치고 컵도 집어던졌다.
이 씨는 "지난 5월에 헤어지잔 말에 TV를 집어 던져서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현장 분리 조치와 긴급 연락처를 안내해 준 것 외에는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 신고 후에 따를 보복이 두려워서 이후에는 신고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똑같은 패턴의 사건이 이전에도 있었다.
위와 패턴이 똑같은 사건은 또 있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제 폭력과 신고, 교제 살인은 이 씨의 사건보다 앞선 두 달 전 발생한 서울 시흥동 교제 살인 사건에서도 똑같은 패턴이다. 당시 가해자도 이별 통보를 받고 전 연인을 폭행했고 신고하자 앙심을 품어 흉기를 휘둘렀다.
민고은 변호사는 "스토킹, 가정폭력이 아니더라도 신변 보호를 신청할 수 있는데도 경찰이 안내하지 않은 걸 보니 사안을 가볍게 판단한 걸로 보인다. 교제 폭력 사건의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의 정확성, 신뢰도를 높이고 일선에서는 이를 적정히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된다"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이 씨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몸과 마음에 남았다.
이 씨는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아 계속해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범죄피해자 지원 이외에 모든 치료비는 이 씨의 부담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된 이 씨는 4시간 이상의 대수술을 받았다. 목숨을 다행히 건졌지만 가슴과 목 부위에는 지울 수 없는 상처들이 남았다. 외상 후스트레스장애가 심한 탓에 약도 매일같이 먹고 있다.
응급처치, 수술비는 범죄피해자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 이어진 상처 치료, 정신과 진료는 모두 이 씨의 부담이다. 비용만 400만 원이 들었다. 생계 수단이지만 범행 장소인 미용실은 트라우마로 인해 가게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 씨는 더 이상 혼자 있지 못해 어머니도 일을 그만뒀다. 가해자 최 씨는 변호사를 통해 3,000만 원의 합의금을 분할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재판부에는 반성문을 제출했다. 가해자는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하자 사과했다.
이 씨는 전 남자친구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하자 최 씨는 그제야 사과를 했다. 구형이 나오자마자 방청석에선 손수건으로 눈물을 흘리던 이 씨의 어머니는 "무기징역이어도 감형되는 경우가 많다"며 불안해했다.
이 씨도 "감형 없이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되어야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엄벌을 내려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 달 20일 법원은 판결을 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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